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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MR이란?

by 초코우유 ∽ blog 2017. 6. 10.

조선일보/기분 좋은 간질간질함.. ASMR, 한 번 들어보실래요?

구성 및 제작 / 뉴스큐레이션팀 정진이

입력 2017.05.02. 08:25

 

연필로 종이에 적는 소리, 어린아이가 엄마 귀에 속삭이는 소리, 바스락거리며 과자를 씹는 소리 등……. 듣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일상 소리가 있다. 어떤 사람에게는 기분 좋은 쾌감까지 느끼게 한다.

 

이런 소리를 재현해 콘텐츠로 만든 게 '에이에스엠알(이하 ASMR)'이다. 국내에서는 최근 3~4년 사이에 '새로운 문화'로 등장했다. 단어는 낯설지만, 소리만큼은 익숙한 ASMR의 세계를 소개한다.

 

일명, 머리 오르가즘(Head Orgasm)… 'ASMR' 정체가 뭐야?

 

ASMR (자율 감각 쾌락 반응)은 시각이나 청각 등을 자극해 뇌가 쾌감을 느끼고 이로 인해 심리적 안정감과 감각적 쾌감을 경험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아직 학술적으로는 증명되지 않았지만, 많은 사람이 "ASMR을 듣거나 본 후 기분 좋은 간질간질함과 편안함을 느꼈다"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며 그 효과를 주장하고 있다.

 

ASMR이 주는 자극의 느낌은 '작은 불꽃놀이 후에 느끼는 기분 좋은 피곤함' 혹은 성적인 자극 없이 느끼는 '머리 오르가즘(Head Orgasm)'으로 종종 설명한다. 그리고 그걸 느끼해 해주는 자극을 트리거(Trigger)라고 하는데, 사람마다 선호하는 게 달라 트리거에는 개인차가 있다. 가장 보편적인 트리거로는 속삭이는 소리를 꼽을 수 있다.

 

ASMR은 쉽게 말해 '들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일상 소음'이다. 유사한 의미의 백색소음과 무엇이 다를까. 소리 자체에 기준을 둔다면 ASMR 안에 백색소음이 들어간다. 하지만 사람을 기준으로 하면 어떤 특정 소리를 들었을 때 '팅글(Tingle·기분 좋은 소름)'을 느꼈는지 아닌지에 따라 ASMR이 될 수도, 백색소음이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파도 소리를 듣고 두피 뒤쪽 혹은 척추를 따라 간질간질한 기분 좋은 자극을 받았다면 파도 소리는 그 사람에게 ASMR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자극 없다면 백색소음이 되는 것이다.

 

※ASMR이란? 자율 감각 쾌락 반응(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의 약자. 2010년 미국 스테디헬스닷컴(steadyhealth.com)의 온라인 토론방에서 제니퍼 앨런(Allen)이라는 한 평범한 회사원이 만든 개념이다. 의학적으로 검증된 개념은 아니지만 '음성 자극으로 심적 안정을 유도한다'는 것이 골자(骨子)다.

 

사각사각, 속닥속닥… 유튜브 콘텐츠만 630만개

 

19일 현재 유튜브에서 ASMR을 검색하면 약 630만 개의 콘텐츠가 뜬다. 방대한 양이지만 크게는 소리만 있는 것과 소리와 영상이 함께 있는 것으로 나눌 수 있다. 소리는 3종류로 분류가 가능하다. 우선은 물체로 내는 소리다. 바스락거리거나 손가락이나 손톱으로 두드리는 것 등이다. 이런 영상에는 말소리가 없는 경우가 많은데, 말이 없는 ASMR 영상은 '노 토킹(No Talking)'이라는 타이틀이 붙는다.

 

두 번째로는 목소리다. 의미 없이 속삭이는 소리와 속삭이듯 말하는 소리가 있다. 특정 단어를 반복적으로 속삭이는 것도 있다. 세 번째로는 말소리가 아닌 입 자체에서 나올 수 있는 여러 가지 소리다. 예를 들면, 음식을 먹을 때 나는 소리나 혀를 튕겨서 내는 소리, 입술이 부딪치며 나는 소리 같은 것이다.

 

영상도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상황극(Role play)이다. 이발소에 가거나 피부 마사지숍에 갔을 때 들을 수 있는 소리를 실제 그 상황을 재연하며 만들어 내는 것이다. 두 번째는 시각적인 트리거다. 카메라 바로 앞에서 우아하게 손을 움직이거나 브러시로 렌즈를 닦는 행동 등이다. 마지막은 안정감을 주는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다. 책상 위를 정리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아는 사람만 아는 ASMR? 이미 다 알고 있는 ASMR!

 

ASMR을 모른다고 해도 우리는 이미 그 문화를 접하고 있다. 2016년에는 tvN 코미디 프로그램 'SNL 코리아 시즌 8'에서 'ASMR TV'라는 이름의 콩트가 있었고,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에서는 가수 전효성이 나와 ASMR을 통한 수면 유도 방송을 하기도 했다.

 

광고 분야에서는 ASMR의 활용이 더욱 두드러진다. 풀무원의 한 라면 광고는 라면 봉지를 뜯는 것부터 맛보는 과정을 소리에 집중해 담아냈다. 동서식품의 크래커도 바삭한 식감의 전달을 위해 ASMR을 활용해 광고를 만들었다.

 

한 배달 어플은 아무 말 없이 기름에 치킨이 튀겨지는 영상과 소리만을 담아 광고로 활용했다. 이밖에도 화장품, 신발, 면도기 회사 등도 ASMR을 활용한 광고를 제작했다.

 

지나치면 '독(毒)'… ASMR 연구는 아직 진행 중

 

ASMR의 부작용으로 지적되는 사항은 중독성, 의존성, 자율감각 둔화, 정서 발달 영향 등이다. ASMR을 한 번 듣고 심적 안정을 느끼거나, 불면증에 도움을 받았다면 그 이후로 거의 매일 듣게 될 가능성이 있다. '효과를 봤다'는 말은 '중독성이 있다'는 뜻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ASMR에 중독돼 자주 듣다 보면 아무것도 듣지 않고는 잘 수 없는 의존성도 문제가 된다.

 

또, 자율감각의 둔화도 주의해야 한다. ASMR에 익숙해지면 그 소리에 대한 반응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차가 지나가는 소리를 ASMR로 반복해서 들었다면, 실제로 차가 지나갈 때 반응하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릴 수 있다. 청력에 지속적으로 자극을 주다 보면 다른 좋은 소리에 대한 반응도 무뎌질 수 있다.

 

다른 문제로는 선정성이 있다. 광고 수익을 위해 자극적인 상황극 콘텐츠를 제작하고 이것이 청소년에게 무분별하게 노출되면서 정서 발달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추가적인 문제는 상황극에 너무 빠지게 되면 현실 생활과 균형을 잃으면서 대인기피증이나 강박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

 

ASMR은 소리를 통해 마음과 신체의 긴장을 풀어주거나 잠을 잘 수 있게 도와준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 하지만 아직 연구가 진행 중이고 안정성도 검증되지 않았다. 신체에서 이뤄지는 감각적 경험인 만큼 예상되는 부정적 측면을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