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투게더>는 혁신을 위해 노력 중이다.
변화의 폭과 대응방식, 그리고 문제의식이 멸종위기에 처했지만
비대해져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힘든 공룡의 몸부림처럼 느껴진다.
공감의 소재를 끄집어낼 수 있는 소재는 있었지만, 새로운 이야기는 없었다.
게스트는 주제에 관해 억지로 말해야 했고, 불편한 점을 내놓아야 했다. 나올 말은 뻔하고 공감할 수는 당연히 없다.
남들이 그러니까 변화해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외적인 장치로 변주를 줄 뿐, 정작 왜 변화하고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아이디어가 없다.
포인트는 왜 그 이야기를 시청자들과 나누고자 하는지가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 한다.
큰틀의 변화를 주고 모험을 할 의사는 크게 없어 보인다.
이런 점만 봐도 혁신을 주창하지만 단도직입적으로 칼을 대지 못하고 이런저런 현실적 애로 사항이 많고 복잡한 공룡기업을 보는 듯하다.
세상은 변했다. 시청자들은 달라졌다. 정서적 유대감과 실질적 공감대를 더 원한다.
극기야 요즘 예능들은 행복을 전시하고 사람들은 그것을 구경하며 재미를 느낀다.
꼭 사람을 다 바꾸고 코너를 전면 개편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스타일 자체를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예전 목욕탕을 선택했던 것처럼 시청자들과 다시 친근해질 콘셉트를 세워야 한다.
그런 게 새로워지는 것이다.
지금의 변화는 리모델링이 아니라 시트지로 꾸미는 땜질에 가깝다.
‘해투’ 시대를 풍미한 예능공룡의 힘겨운 몸부림
기사입력 :[2014-08-29 12:57]
‘해투’ 제작진에겐 미안하지만 이 정도론 부족하다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KBS 예능프로그램 <해피투게더>는 혁신을 위해 노력 중이다. 간판인 야간 매점을 과감하게 내리고, 7년째 출연했던 신봉선과 마지막 남은 <개콘> 멤버였던 허경환을 김신영, 조세호로 교체했다. 그리고 코스대로 흘러가던 고정 코너를 가변적으로 상황에 맞게 다양화했다. 게스트의 게스트 초대, <비정상회담> 출연진들 출연했을 때 선 보인 영상 편지, 살림의 여왕 특집에서부터 일상 스케치 영상 등의 여러 장치를 도입해, 목욕탕에서 오순도순 모여 이야기를 나눈다는 시즌3의 콘셉트 자체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간판 장수 프로그램인 만큼 오랫동안 고인 물을 빼고, 임계점에 다다른 단순한 토크쇼를 넘어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으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장치들을 활용할 것임을 적극적으로 밝히고 있다. 그런데 정작 방송을 보면 변화가 너무 소극적이다. 변화하려는 움직임이 신선한 에너지가 아니라 어쩔 수 없는 몸부림에 가까워 보인다. <해투> 제작진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마치 점점 힘을 잃어가는 공중파 예능의 단면처럼 보인다. 변화의 폭과 대응방식, 그리고 문제의식이 멸종위기에 처했지만 비대해져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힘든 공룡의 몸부림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번 주 롱다리 숏다리 특집의 경우 ‘키’라는 소재가 식상하긴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콤플렉스이자 공감의 소재를 끄집어낼 수 있는 소재인 것은 확실했다. 그러나 써니의 키가 158cm인 것 외에 보고 들을 만한 내용이 없었다. 키 큰 사람과 키 작은 사람의 억지 장점 자랑과 대결, 실제 키 측정까지 사람들의 콤플렉스를 건드려 공감하거나 아니면 공분을 일으키거나 혹은 키가 전부가 아니라는 등의 내용이 오갔지만 새로운 이야기는 없었다.
홍진호가 프로게이머와 키와의 상관관계를 억지로 말해야 했고, 큰 키가 자산인 스포츠 선수 출신 게스트는 불편한 점을 내놓아야 했다. 나올 말은 뻔하고 공감할 수는 당연히 없다. 늘 나오는 깔창 이야기, TV 좀 본다 하면 몇 번씩은 봤었던 조세호와 최홍만의 에피소드 등이 두서없이 이어졌다. 게스트 간에 주고받을 합도 없고 시청자들과 나눌 공감의 여지도 없으니 당연히 일정한 흐름도 없었다. 결정적으로 변화하고자 하는 <해투>가 원하는 바와 방송 내용상의 주제와 연결고리가 없었다.
<해투>로 상징되는 공중파 평일 예능의 가장 큰 문제는 여기에 있다. 남들이 그러니까 변화해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외적인 장치로 변주를 줄 뿐, 정작 왜 변화하고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아이디어가 없다. 다양한 장치를 도입할 경우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던 목욕탕 콘셉트를 어떻게 유지할지,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없다는 뜻이다. 그러니 모습이 어떻게 바뀌든 유재석이 질문을 하고 게스트가 각각 답을 하는 에피소드 나열식 토크가 또 다시 반복되고, 달라졌다고 느낄만한 구석을 찾기 힘들게 된다.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시청자들이 살고 있는 세상의 관심을 끌어내기 힘든 예전 방식 그대로 재현된다.
요즘 예능에서의 포인트는 왜 그 이야기를 시청자들과 나누고자 하는지가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 한다. 재미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점이 결여 되어 있으면 몰입하기가 힘들다. 어떤 정서로 어떻게 다가가겠다는 것 없이 다양한 볼거리(라고 해봐야 생얼과 집 공개 등 이미 방송에서 익히 다루는 포맷과 장치)로 새로워졌다며 유재석에게 모든 걸 맡기는 건 한 시대의 마지막 페이지를 손수 닫겠다는 의사 표시에 가깝다.
아예 <라디오스타>처럼 유기적인 수다 토크쇼로 흘러가는 것도 방법이다. 그러나 이 정도 큰틀의 변화를 주고 모험을 할 의사는 MC진 개편한 것을 보면 크게 없어 보인다. 가장 영향력 작은 두 명을 교체했을 뿐이다. 이런 점만 봐도 혁신을 주창하지만 단도직입적으로 칼을 대지 못하고 이런저런 현실적 애로 사항이 많고 복잡한 공룡기업을 보는 듯하다.
<해피투게더>는 오랜 역사가 깃든, 가장 전통적인 방식으로 진행되는 스튜디오 토크쇼다. 연예인들의 신변잡기를 재밌는 에피소드로 뽑아내는 실력 있는 제면소였다. 그런데 세상은 변했다. 시청자들은 달라졌다. 1시간을 웃음으로 채울 거면 확실하게 보여 달라고 요구하고, 그보다는 정서적 유대감과 실질적 공감대를 더 원한다. 극기야 요즘 예능들은 행복을 전시하고 사람들은 그것을 구경하며 재미를 느낀다.
꼭 사람을 다 바꾸고 코너를 전면 개편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유재석이 지휘하는 에피소드식 토크 방식, 거기에 박미선과 박명수가 윤활유를 첨가하는 진행 스타일 자체를 바꿀 수 있는 구성이 절실히 요구된다. 예전 목욕탕을 선택했던 것처럼 시청자들과 다시 친근해질 콘셉트를 세워야 한다. 그런 게 새로워지는 것이다. 지금의 변화는 리모델링이 아니라 시트지로 꾸미는 땜질에 가깝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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