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vernance(거버넌스)는 사회 내 다양한 기관이 자율성을 지니면서 함께 국정운영에 참여하는 변화 통치 방식을 말하며, 다양한 행위자가 통치에 참여 · 협력하는 점을 강조해 ‘협치(協治)’라고도 한다. 오늘날의 행정이 시장화, 분권화, 네트워크화, 기업화, 국제화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의 행정 이외에 민간 부문과 시민사회를 포함하는 다양한 구성원 사이의 소통과 네트워크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생겨난 용어다.
governance는 steer(키를 잡다, 조종하다)를 뜻하는 그리스어 kubernáo에서 나온 말로, 이를 비유적 의미로 최초로 사용한 이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Platon, B.C.427~B.C.347)이다. 오늘날과 비슷한 의미로 이 단어를 영어에서 최초로 사용한 것은 1885년 영국 역사가 찰스 플러머(Charles Plummer, 1851~1927)가 쓴 「영국의 거버넌스(The Governance of England)」지만, 본격적으로 유행하게 된 것은 1990년대에 UN, IMF, 세계은행(World Bank) 등과 같은 국제기구들에 의해서였다.
governance는 global governance, regulatory governance, corporate governance, project governance, participatory governance, non-profit governance 등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의미로 쓰이고 있다. metagovernance는 governance에 관한 governance, 즉 governance의 모든 과정에 적용되는 원칙과 규범을 세우는 걸 말한다.
이렇듯 다양성이 두드러져, 각 분야별 의미가 조금씩 다르다. governance의 터줏대감이라 할 행정학 분야의 정의를 살펴보자. 『행정학용어사전』은 “‘국가경영’ 또는 ‘공공경영’이라고도 번역되며, 최근에는 행정을 ‘거버넌스’의 개념으로 보는 견해가 확산되어가고 있다. 거버넌스의 개념은 신공공관리론(新公共管理論)에서 중요시되는 개념으로서 국가 · 정부의 통치기구 등의 조직체를 가리키는 ‘government’와 구별된다”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즉, ‘governance’는 지역사회에서부터 국제사회에 이르기까지 여러 공공조직에 의한 행정서비스 공급체계의 복합적 기능에 중점을 두는 포괄적인 개념으로 파악될 수 있으며, 통치 · 지배라는 의미보다는 경영의 뉘앙스가 강하다. 거버넌스는 정부 · 준정부를 비롯하여 반관반민(半官半民) · 비영리 · 자원봉사 등의 조직이 수행하는 공공활동, 즉 공공서비스의 공급체계를 구성하는 다원적 조직체계 내지 조직 네트워크의 상호작용 패턴으로서 인간의 집단적 활동으로 파악할 수 있다.”
각국 정부의 투명성 · 효율성 제고 등을 연구 · 조언하는 ‘유엔 거버넌스 센터’가 2006년 9월 서울에 개설되었다. 초대 유엔 거버넌스 센터 원장으로 내정된 김호영은 “거버넌스 센터는 우리나라에 설립된 최초의 유엔본부 산하기구”라면서 “거버넌스 센터는 정부혁신과 지방분권, 시민사회와의 협력으로 유엔 회원국의 역량을 개발하고 세계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후 거버넌스는 전국적으로 유행어가 되었다. 예컨대, 2007년 11월부터 본격 가동한 전북지역 농업 관련 5개 기관 협의체의 이름은 ‘전북농정 거버넌스’이며, 또 전북에선 새만금사업에 사회 구성원들의 다양한 참여와 합의를 끌어내기 위한 ‘새만금 거버넌스’가 활발하게 거론되었다. 2013년 6월 서울시 도봉구청은 ‘지역맞춤형 안전마을 사업’과 관련, 각 동 생활안전 거버넌스와 협약식을 갖고 생활안전 거버넌스 교육을 실시한다고 밝혔으며, 2014년 11월 전북 전주시는 민 · 관 · 산 · 학 거버넌스 행정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전주전통문화관광 다울마당’ 발대식을 갖고 관련 분야 교수와 기관 · 단체 전문가, 연구원, 업체 전문가 등 50여 명의 문화 · 관광 전문가를 운영위원으로 위촉했다.
2015년 3월 경기도지사 남경필은 중국 하이난성 보아오진에서 열린 2015 보아오포럼 연차총회의 빅데이터 세션 회의에서 ‘빅데이터 거버넌스를 만들자(Let’s Build a Big Data Governance)’란 제목의 영어 연설을 했다. 그는 이 연설에서 “지금까지 축적하고 앞으로도 계속 쌓일 광범위한 데이터는 매우 강력한 것이다. 구글이 두려운 것은 구글이 그 많은 데이터로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이것을 감시할 필요가 있고, 거버넌스를 통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국제적 표준으로서 거버넌스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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