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세군의 리더십」(원제: The Most Organization In The US)
미국의 저명한 경영학자인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 박사는 세계적 수준의 기업이 많이 있지만, 구세군을 가리켜 ‘미국에서 가장 효율적인 단체’라고 극찬했으며, 로스 페로(Ross Perot) 회장은 구세군은 ‘가장 신뢰할 수 있고, 가장 성공적이며, 다른 사람들을 돕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조직체’로 운영된다고 말한다.
구세군 사업은 길거리에서 가난과 배고픔에 시달리는 사람들만 돕기 위해 모금 활동하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구세군은 원칙을 중시하는 봉사활동이야말로 스스로의 믿음이 자연스럽게 확장된 것으로 여긴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이 바라는 삶과 올바른 인간관계의 방식이라고 믿는다.
구세군의 ‘5가지 운영 키워드’에 대하여 드러커 박사는 “임무의 명확성, 혁신성, 측정가능한 성과, 헌신, 자금의 효율적인 활용 등의 관점에서 볼 때 구세군에 근접한 조직은 없다.”고 말한다.
구세군이 미국에 진출한 것은 1880년 3월 10일이다. 미국 파견대가 가진 것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신앙으로 이끌고 그들의 육체적, 사회적 상태에 두루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확신, 그리고 구세군의 깃발 두 개가 전부였는데, 결국 이것이 구세군에게 필요한 창립 자본이었다. 그리고 미국 진출 121주년이 되는 2001년 현재, 구세군은 20세기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같은 이름으로 ‘고객’에게 구원과 봉사라는 ‘상품’을 제공한다. 구세군의 임무는 여전히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도하고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모든 이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것’이다. 그리고 연간 200억 달러 이상의 예산과 총 200만 명에 이르는 사관, 직원, 자원봉사자를 보유하였으며, 민간 대리인, 공공대리인, 정부 당국 등 모든 차원에서 연간 2억 5천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고 있는 단체로 성장하였다. 구세군과 같은 비영리조직이 다른 영리조직보다 유리한 점이 있다면, 그것은 뛰어난 여려 경영전문가들이 걱정하는 단기적 이익추구에 따른 혼란을 거의 겪지 않는 다는 점이다. 구세군은 전략을 수립하고 프로그램을 유지 및 개선하며 사람들을 모집한다. 또한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파하고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사람들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준다는 입장에서 모든 사항을 평가한다. 구세군은 ‘전도’와 ‘봉사’라는 두 가지 사명에 어긋나는 제안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사명과 맞지 않는 일은 과감히 포기한다.
개인과 공동체를 통해 세상을 구원하고자 할 경우 걸림돌이 되는 것은, 열망과 그 열망을 이룰 수 있는 방법 사이의 갈등일 것이다. 뜻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은 새롭게 바꾸는 것이며, 문제를 창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드러커 박사는 구세군을 “벤처기업”으로 표현한다. 구세군은 무료급식과 재활 프로그램, 각종 구호활동과 복구 작업, 그리고 그에 따른 자원봉사자 임시고용, 주 당국과의 계약을 통한 가석방이나 집행유예로 풀려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상담제도 운영, 탁아소 운영, 스포츠 및 오락 프로그램 실시, 의료봉사, 직업 훈련 및 취업알선, 실종자 찾기, 어린이를 위한 여름 캠프와 주간 캠프 운영, 복지시설 수용자 방문 등, 사람에게 투자해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 순수한 의미의 벤처사업인 것이다.
로버트 왓슨 부장은 해마다 가을이 오면 간부급 평신도들과 모여 이듬해의 목표를 정하는 방법이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구세군의 사명에 맞는 구체적이고 뚜렷한 목표를 정했고, 목표별 단계와 일정표를 만들었다. 회의를 통해 진척 상황을 점검하고 개선하며, 12월의 마지막 날에는 공개회의 자리에서 그 해의 성과를 정리한 전승 보고서(연말결산서)를 제출하고 새해 목표를 발표했다. 가시적인 목표를 설정 및 점검하고 목표 달성을 축하하는 방식은, 목표에 맞게 조직을 운영하고 조직원들을 격려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여러 도전에 직면하거나 이런저런 실패를 맛볼 경우에는 진정 무엇이 효과적인지, 그리고 그것이 왜 효과적인지 깨듣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
벨 사우스 텔레커뮤니케이션스의 전직 회장 겸 최고경영자인 프랭크 스키너는 구세군 사관들의 헌신적인 열정에 감동하여 35년 동안 구세군 사업을 지원하고 1980년대 후반 구세군 전국 자문위원회 의장에까지 올랐다. 그는 “구세군은 늘 사람들에게 가장 헌신적으로 봉사하는 능력을 보여줬다. 이들은 내가 만난 사람들 중 가장 즐겁고 남을 위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라고 평가한다. 어떤 사람들은 희생을 통한 헌신이라는 미덕으로 구세군을 칭찬할 지도 모르지만 우리가 의지하고 다른 사람들을 격려할 수 있는 근원적인 힘은 희생이 아니다. 그 힘은 열정적인 봉사를 통해 우리가 얻는 것, 즉 스키너가 구세군에게서 발견한 바로 그 ‘즐거움’이다.
우리는 시간과 돈을 낭비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우리의 모금 중 적어도 83%는 봉사활동에 쓰인다. 나머지 17%는 봉사 프로그램과 일선 요원들을 지원하거나 행정비용과 모금비용을 마련하는 기반을 다지는 데 쓰인다.
구세군의 접근 방식에 담길 필수요소들의 중심 개념은 바로 ‘정신적 가치에 주목하라’다. 이는 “사람이 만일 온 천하를 얻고도 제 영혼을 잃으면 무엇이 유익하리요(마가복음 8장 36절)”라는 말씀과 통한다. 즉 사업과 그 방식은 단순한 물질적 가치를 뛰어넘는 정신적 목적의 영향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구세군이 여느 사회봉사 단체와 구별되는 점은 정신적 목적에 있다. 또 우리가 정통 기독교파와 다른 점은 그 어떤 경우에도 인간 구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상처 입은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돌보며, 그들에게 사랑과 헌신의 정신을 일깨워주기 위해 노력한다. 정신적 전망을 가진 리더는 사람을 단순한 조작 대상으로 보지 않으며, 또 직원을 단순한 할당 자원으로 여기지 않는다. 우리는 모두 저마다 헌신하는 모든 사업의 동반자들이며, 리더는 모든 사람이 이런 목적을 깨닫도록 이끌어야 한다. 사람과 노동자에게 확신을 심어주는 것은 바로 이 일에 달려있다. 구세군 사관은 매우 엄격한 규칙을 지키며 생활한다. 구세군 사관이 되는 데 동의하지 않는 사람과는 결혼 할 수 없으며 그들은 제복을 입어야 한다. 또 구세군이 지시하는 곳으로 달려가야 하고, 구세군이 제공하는 숙소에서 살아야 한다. 하지만 사관들은 사람들에게 봉사하고 그들의 영혼을 구원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모든 규칙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구세군의 규칙이 아니라 사명이다. 규칙은 어떤 조직의 주요 목적과 함께 작용할 때 효과적이다. 결국 원칙과 목적이 중요한 것이다.
목적을 이해시켜라. 목적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자신 있게 설명하지 못하면, 인생과 비즈니스에서 실패를 맞볼 것이다. 우리가 어디에서 왔고 또 어떤 고통을 겪든 간에, 늘 진리로 남아있는 보편적인 원칙이 있다. 그 원칙은 하나님의 목적과 연관돼 있으며, 모든 인간은 그 목적을 깨닫고 삶을 통해 실천해야 한다. 하나님은 우리가 우리의 목적을 사람들에게 심어주길 바란다. 사명을 유지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안팎의 모든 사람에게 고루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브랜드를 구현하라. 책임을 선언하고, 합의된 기준 하에 기꺼이 공개검증을 받으면, 자신의 신용을 강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시장 확장에도 도움이 된다. 지금 우리는 변화가 지배하는 혁명적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오히려 그 중요성이 높아지는 것이 하나 있는 데, 바로 성실이라는 가치이다. 모든 사람이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약속대로 실천해야 한다. 무엇보다 조직은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비영리조직에게 있어 신뢰 획득은 생사를 판가름하는 문제이다. 사람들은 정직하고 효율적인 조직에게 돈과 시간을 투자하게 마련이다.
귀 기울이면서 이끌어라. 피드백 과정이 없으면 조직은 역경을 극복하지 못한다. 귀를 기울이겠다는 말은 성실하게 행동하겠다는 서약과 같다. 진정한 피드백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조직은 적응력이 떨어지고 성장이 더딜 수밖에 없다. 피드백 없는 조직은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이다. 부스 이후 구세군은 한 개인이 독재적 권력을 행사하는 것을 막는 권력구조의 개편 작업을 통해 투표권 있는 부장들과 자문위원들이 권력을 공유하는 방식을 채택했으나 효과가 없었다. 자문위원회에 참석하는 선임 사관들은 반드시 논의에 적극 참여하도록 조치했고, 각 군국의 참모를 군국 자문위원으로 임명함으로써 그들의 현장 경험을 회의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고, 그 결과 자문위원회가 내놓은 제안이 현장에 반영되는 시간이 빨라졌다. 그것은 서로의 의견에 귀 기울이는 것이 얼마나 조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였다. 우리가 귀 기울이는 것은 모든 사람이 동참할 기회를 주는 것이며, 우리는 한계가 아니라 가능성에 귀 기울인다.
책임은 분산하고 이익은 공유하라. 재량권을 부여하고 최선을 다해 지원해주면, 직원들은 모두 그 성과에 만족할 것이다. 직원들은 성공과 실패가 자신에게 달려 있고, 목표를 이루도록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 그리고 목표를 이룰 경우 그에 따른 이익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즉 경영자는 조직의 목적을 명확히 깨닫고 책임감이 강한 직원들에게 스스로 혁신할 권한을 부여하고 이익을 나누어주어야 함을 뜻한다. 그렇게 하면 직원들은 자신의 목적을 깨닫고 그 목적에 맞게 일을 하기 때문에, 경영자는 그저 장애물만 제거해주면 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책임과 통제권을 분산하는 방법은 리더십의 신화를 벗겨버리는 동시에 쓸데없는 낭비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구세군에서는 최고경영자의 은퇴와 후계자에 대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적다. 구세군의 사관들은 모두 저마다 재량권이 있다고 생각한다. 각 지역 구세군의 재정 자립은 필수사항이다. 구세군 본영이 각 지역 사업운영에 관여할 수 없다. 일시적인 지원을 해줄 수는 있으나, 인력과 자금을 모으는 것은 순전힌 지역 구세군의 어깨에 달렸다. 이렇게 자율적인 운영방식은 지역 구세군이 자금과 인력을 신중히 사용하는 방법을 배우고 주인의식을 갖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 즉 사관, 직원, 자원봉사자 모두 저마다 일정 지분을 갖는 셈이다. 최고경영자 돈 파이츠는 캐터필러의 전통적인 상명하달식 명령체계를 자율적인 네트워크 체계로 바꿨다. 각 회사에게는 목표를 이루는 방법을 선택할 재량권이 있었고, 이 재량권은 두 가지 중요한 결과를 낳았다. 목표에 못미친 담당자들이 그 책임을 다른 사람의 탓으로 돌릴 구실이 없어졌고, 회사 내부의 서비스 담당자들도 이에 자극받아 더욱 열심히 일하게 되었다.
조직을 통해 발전하라. 변화의 필연성을 받아들이고, 변화를 통해 적응하고 혁신하는 방법에 주목해야 한다. 리더는 변화를 예측하고 대처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우리가 모든 상황에서 늘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먼저 변화의 위력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변화는 필연적인 현상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과감하게 행동하라. 사람이든 조직이든 실패의 위험을 감수해야만 성장할 수 있다. 구세군의 자선냄비는 모금된 돈보다는 그를 통해 우리가 구세군의 브랜드와 모음 운동의 효과를 사람들에게 널리 알릴 수 있다는 데 더 큰 의의가 있다. 1997년 추수감사절에 미식축구 경기의 하프타임 공연에 구세군이 등장하여 구세군의 활동과 성탄절 자선냄비를 통한 모금행사의 시작을 알리는 텔레비전 방송이 전국으로 송출되었다. 자칫 잘못하면 정체성이 손상될 수도 있는 위험성 때문에 이러한 일을 도전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현재의 방식을 고집하면 한 자릿수의 성장률에 만족해야만 한다. 그러나 미국 구세군은 과감하게 행동하였고, 그래 자선냄비 모금 실적은 전년대비 15% 증가로 역사상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였다. 빅토리아 시대 런던의 빈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스가 생각해낸 것은 영국과 해외에 식민농장을 건설해 도시의 빈민들을 이주시키는 것이었다. 기술과 경험의 부족으로 실패하기는 하였지만, 구세군의 사명은 예나 지금이나 복음을 전도하고 모든 상처 입은 사람들을 골고루 보살피는 것이다. 초기 구세군 리더들이 현실 세계를 통한 피드백을 무시한 채 변화에 강력히 저항했다면 어떻게 되었겠는가? 그들의 행동은 용기 있는 행동이자 확고부동한 태도였다.
즐거움을 중시하라. 일이 즐거우면 더 열심히, 더 오래, 더 창의적으로 일하는 법이다. 그러므로 경영자들은 일의 가치를 명확히 하고 직원들이 즐겁게 일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6대째 구세군 활동을 하고 있는 케네스 호더는 “구세군 생활은 훨씬 즐겁다. 여기에는 언제나 문이 활짝 열려있다. 사람들은 내가 구세군이라는 것을 알면 더욱 관심을 가진다. 물론 내가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 점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현재 생활에 매우 만족한다.”고 말한다. 구세군은 초월적 목적을 통해 우리로 하여금 자신을 뛰어넘는 경지에 이르도록 해준다. 구세군인들에게 이런 즐거움은 구체적이고 신성한 활력소가 된다.
<서평>
구세군의 리더십. 이 책의 원제는 ‘미국에서 가장 효율적인 조직’이다. 미국 구세군의 증경 총사령관 로버트 왓슨이 저술한 이 책은 구세군의 복음전도사업보다는 사회사업에 대한 내용이 더 많이 기록되어 있다. 이 책을 읽게 되는 비 구세군인 독자들은 여전히 구세군을 NGO 정도로 생각하게 될 듯하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구세군의 정체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구세군은 기독교적 마인드를 가진 NGO인가? 아니면 NGO활동을 도구삼아 복음전도하는 교회인가?
책에 담겨있는 미국 구세군의 사역스타일과 비교해본 한국 구세군의 현실은 사뭇 다르다. 미국의 그것은 영문(corps)이며, 한국은 영문(corps)이 교회(church)와 사회복지시설로 구분된 단계를 넘어, 이제는 분리에 가까운 형태이다. 그리고 한국 구세군의 영문은 일반 개신교의 교회(church)를 지향하고 있는 듯하다.
미국 구세군이 사역에 성공한 부분으로는 자문위원회 구성을 통해 저명한 인사들로 하여금 구세군의 사업에 관심을 갖게 하고, 구세군 사업의 공신력을 사회적으로 알리는 일의 중요성을 들을 수 있겠다. 저명인사 자문위원이 있음으로 미국 구세군의 사역은 스케일이 커지고 더욱 탄력을 받게 된 것이다. 한국 구세군도 NGO로서의 사업을 확장시키려면 반드시 갖추어야 할 항목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일반 NGO들이 그러하듯 말이다.
7가지 구세군의 조직이 가진 효율적 운영의 기본 원리들을 통해 구세군이라는 조직을 다시 한 번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구세군의 사관은 물론이거니와, 사관의 길을 준비하는 사관학생, 그리고 구세군인이라면 이 책을 꼭 읽도록 권해야겠다. 현재의 구세군의 여러 사역 형태들과 그 원리들의 본질과 목적을 알게 해준 로버트 왓슨에게 경의와 감사를 표한다.
Robert Watson, Ben Brown 공저, 구세군 대한본영 문학부 감역, 「구세군의 리더십」, (서울: 한국경제신문 한경BP, 2002)
2010년 6월 강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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